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4월은 가장 잔인한 달.'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1888~1965)의 433행이나 되는 장시 '황무지'의 첫 구절이다.
최근 산업계와 금융권 안팎에선 오는 4월 위기설이 불어 닥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흘러 나온다. 특히 토토 커뮤니티업계에선 4월 기점으로 토토 커뮤니티업체의 줄도산 가능성까지 점친다. 왜 그럴까.
토토 커뮤니티사의 재무 건전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2022년 기준) 58위인 신동아토토 커뮤니티, 삼부토건(71위), 대우조선해양토토 커뮤니티(83위), 대저토토 커뮤니티(103위), 삼정기업(114위), 안강토토 커뮤니티(116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등 올해만 7곳이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들의 부채비율은 400%가 넘는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200%보다 낮아야 안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분양 주택이 늘면서 공사미수금이 늘어난 데다 인건비 및 자재비 급등으로 미청구 공사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견 토토 커뮤니티사 37곳의 공사미수금과 미청구공사비는 모두 11조7183억원에 달한다. 2년 전인 2022년(8조4179억원)과 비교하면 40%가량 늘었다. 과거에 비해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분양시장도 침체다. 3월 아파트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3.0포인트 하락한 102.9로 집계됐고, 미분양물량 전뭉지수는 114.3으로 상승하며 분양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자금 조달 비용도 급격히 상승했다. 동시에 정부가 부실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매각에 나서면서 은행은 물론 2금융권 문턱도 넘기 어려워지고 있다. 각종 규제와 리스크를 떠안지 않으려는 은행권의 움직임이 겹치면서 토토 커뮤니티업계의 자금줄도 말라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대형 토토 커뮤니티사도 긴장하고 있다. 최근 롯데토토 커뮤니티은 본사 사옥 등을 매각해 내년까지 부채비율을 150%대로 낮추기로 했고, SK에코플랜트도 지난해 폐플라스틱 자회사를 매각한 데 이어 폐기물 자회사 리뉴원과 해상풍력 자회사 SK오션플랜틔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DL이앤씨를 보유한 DL그룹 역시 호텔 3곳을 매물로 내놨다.
위기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4월이면 주요 토토 커뮤니티사들이 실적을 내놓는다. 막연했던 위기가 숫자로 확인되는 순간으로 숨겨졌던 부실이나 부채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신용 및 평판에 문제가 생기고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되는 셈이다. 위기를 피부로, 숫자로 실감할 수 있는 4월이 잔인한 계절이 된다.
정부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파산할 토토 커뮤니티사는 파산해야 한다"며 "구조조정 없이 토토 커뮤니티사를 모두 살리자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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