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진=신나리 파나마 통신원]파나마시티베트먄 토토 단 40분만 달리면, 3000년 동안 이어진 숲을 만날 수 있다. 감보아 숲(Gamboa Rainforest)은 인간의 손이 닿기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원시 열대우림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시간은 멈춘 듯하다. 거대한 베트먄 토토들이 하늘을 가리며 서 있고, 숲속에서는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친다. 도심에서 불과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여기는 전혀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감보아 숲을 이웃한 가툰 호수는1913년, 파나마 운하를 건설하면서 만들어진 인공 호수다. 하지만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연은 이를 완전히 품어버렸다. 인간이 만든 호수지만, 이제는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물속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깃들었고, 호수 주변에는 숲이 우거졌다.
"시간이 지나면, 인간이 만든 것조차도 결국 자연이 다시 품어버리는구나"
그 풍경을 바라보며 감보아 숲베트먄 토토 들어섰다.

'게으른 자' 그대 이름은 베트먄 토토
투어에 참여한 나는 일행들과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쏟아졌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들이 흔들렸다.
조금 더 걷자, 몽한적인 파란색의 무언가가 내 주위를 날아다녔다. 비단같기도 하고 이집트베트먄 토토 만난 딱정벌레의 반짝이는 색같기도한 이 녀석은 모르포(morpho)나비다. 세상베트먄 토토 가장 아름다운 나비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이 나비를 만나면 행운이 깃든다는 말이 있어 우리는 나비를 자세히 쳐다보았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이 나비는 날개를 접으면 갈색이 되어서 포식자들에게 자신을 들키지 않는다고 한다. 날아다닐 때 햇빛을 반사하며 자신만의 색을 자랑하며 날아다닌다는 거다.

곧이어 가이드는 우리 일행들에게 "저기 보세요, 베트먄 토토가 있어요"가 말했다.
처음에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히 바라보니 높은 나뭇가지 위에 무언가가 조용히 매달려 있었다. 나무색과 어우려져서 눈으로 베트먄 토토를 찾기란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베트먄 토토는 스페인어로 'perezoso'이다.단순히 동물의 이름일 뿐만 아니라, '게으른' 이란 형용사로도 쓰인다. 말그대로 '게으른 자'또는 '게으른 동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베트먄 토토가 느릿느릿 움직이고 대부분의 시간을 가만히 있는 모습으로 보내는 특성 때문에, 그 행동 양식을 그대로 이름에 반영한 셈이다.
영어에서 베트먄 토토를 뜻하는 'sloth'역시 흥미로운 어원을 가지고 있다. 이 단어는 원래 기독교의 7대 죄악 중 하나인 '나태(sloth)'에서 온 것으로, 인간의 죄악 개념이 동물 이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문화적인 차원에서도 흥미롭다. 영어와 스페인어 모두 이 동물의 느리고 비활동적인 성격을 이름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베트먄 토토는 보통 하루에 10시간에서 18시간까지 잠을 자고 보통 채식을 하며 30미터 이상 움직이지도 않는다고 한다.그런데이 험한 열대우림속에서 멸종하지 않고 마치 팬더의 웃음같은 얼굴을 하며 살아남은 이 녀석은 도대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는지 무척 궁금했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은 이렇게 말했다.
"베트먄 토토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베트먄 토토 똑똑한 종이 살아남는 것도 아니다. 베트먄 토토 환경에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
이 말대로라면가장 빠르지도, 가장 강하지도 않은 베트먄 토토가 살아남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베트먄 토토는 싸우지 않는다. 그 대신 높은 나무 위에서 천천히 움직이며 포식자들의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 남는다. 재규어나 독수리등은 베트먄 토토의 천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빠르게 움직이는 동물들은 잘 보지만 느리거나 움직임이 없으면 잘 인지하지 못한다. 이로인해 베트먄 토토는 여전히 열대우림에서 유유자적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대신, 하루에 잘해야 30미터 정도만 이동하며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이들은 포유류중 베트먄 토토 느린 동물이다. 하루에 나뭇잎 3장만 있어도 먹고 살수가 있고 일주일에 한번 배설을 할 정도이니 말이다.

실제 베트먄 토토의 소화 속도는 포유류 중 가장 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8년, 미국의 동물학자 조나단 나딘 박사는 파나마의 바루 콜로라도 섬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실험 개체에게 유리구슬이 섞인 잎을 먹이고, 그것이 대변으로 배출되기까지의 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평균 21일, 길게는 30일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베트먄 토토의 위와 장이 느리게 작동하며, 에너지를 극도로 아끼는 진화적 특성과 연관되어 있다.
이 실험을 바탕으로,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다큐멘터리 작가인 루시 쿡은저서 '동물들에 관한 진실(The Truth About Animals)'에서“우리는 종종 빠르고 강한 존재에 경외심을 느낀다. 하지만 숲의 가장 약해 보이는 생물이 오히려 가장 똑똑하게 진화했을 수 있다. 베트먄 토토는 살아남기 위해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배운 동물이다”고 말했다.
베트먄 토토의 털에는 이끼가 자라 위장 역할을 하고, 몸에는 미생물들이 서식하며 독성이 있는 나뭇잎도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가끔은 나방이 알을 낳기도 하는데 그러면 알에서 깨어난 유충이 베트먄 토토의 죽은 살을 먹기도 하며 서로 공생하는 것이다. 베트먄 토토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그렇게 느리게 오랫동안 생존한 것이다.
베트먄 토토는 지극히 개인주의이다.무리지어 살지 않고 혼자나무 위에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자연속에서 만난 작은 미생물과 나방 유충들 이끼들과 함께 포용하며 살아간다.
이런 설명을 들으면서경쟁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생존의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쟁에 멍드는 한국
한국은 현재 세계베트먄 토토 가장 빠른 인구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나라다.경쟁베트먄 토토 밀려난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포기한다. 대학졸업 후에는 취업을 걱정하고 취업 후에는 집 마련을 걱정하고 이어육아와 교육비를 걱정한다.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으로 출산을 꺼리는 풍조는 하루이틀의 이야기는 아니다.출산율은 0.7명대까지 떨어졌고‘한국이 소멸할 수도 있다’는 학자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한 유튜브 채널을 보니5수를 해서 학벌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삶을 갈아넣는 사례가 소개됐다.많은 아이들이 재수 삼수를 하며 학벌을 올리려 하지만 과연 그곳이 진정한 삶의 만족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여전히의문이다.
어떤 대학생은 "아이들은 게임의 레벨을 올리듯 대학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라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그 속에 있는 우리 또한 그들에게 뭐라 할 수 건우리의 속마음베트먄 토토도 경쟁속베트먄 토토 살아남고 더 높이 올라가려 애쓰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사회 또한 경쟁 속에서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베트먄 토토처럼 경쟁을 줄이고,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우리가 직면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제 ‘속도의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장과 성공만을 목표로 삼기보다, 개인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베트먄 토토처럼 속도를 조절하고, 경쟁이 아닌 공존을 지향해야 한다. 자신만이 아닌연약한 때로는 잘 보이지않는 존재들과도 잘 어울려 함께 공존하며 도우며 살아 갈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바쁘게 살아가야 하고, 경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은 베트먄 토토처럼 잠시 속도를 늦추고,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강해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베트먄 토토처럼 자신의 환경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더 지혜로운 선택일지도 모른다. 숲속에서 가장 조용한 동물, 하지만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은 진정한 승리자. 경쟁하지 않음으로써 생존한 그 존재를 기억하며, 나도 내 속도로 살아가 보려 한다.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때때로 베트먄 토토를 떠올리며 마음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금 천천히 가도 충분하다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우리의 삶의 일부분으로 인정하며 '나만의 속도'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산다해도 별 문제는 없을테니 말이다.
Hasta Luego(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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